그녀의 이야기 데미 로바토 'Anyone' 2020 그래미와 위로의 노래

데미 로바토의 Anyone은 절망 속에서 외친 그녀의 생존 기록이다. 2020년 그래미 무대에서 울먹이며 부른 이 노래는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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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의 노래가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처음 데미 로바토(Demi Lovato)의 Anyone을 들었을 때, 저는 그 질문에 답을 찾은 것 같았다. 피아노 한 음,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질 듯 먹먹해졌다. 이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녀의 외침이었고,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었다.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데미 로바토를 처음 알게 된 건 디즈니 채널이었다. Camp Rock에서 당당하게 노래 부르던 그녀는 어린 제게 빛나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 빛 뒤에 얼마나 깊은 그림자가 있었는지, 그땐 몰랐다. 우울증, 불안, 섭식 장애. 그녀는 오랫동안 혼자 싸워왔다. 그러다 2018년 여름, 약물 과다복용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세상은 그녀를 잃을 뻔했다. 그때 뉴스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녀도 결국 나처럼 외로웠던 걸까?’

그 사고는 그녀를 끝낼 뻔했지만, 기적처럼 그녀는 살아남았다.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뜨고, 다시 숨을 쉬었다. 그리고 2020년 1월, 그래미 무대에 섰다. 그녀가 들고 나온 건 Anyone이었다. 놀랍게도 그 곡은 쓰러지기 불과 며칠 전 녹음된 것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얼마나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는지, 그 목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줬으면”

2020년 그래미에서 그녀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 저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긴장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첫 음을 뗐다. "Anyone, please send me anyone." 그 한 줄이 제 가슴을 찔렀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밤, 저도 모르게 속삭였던 말과 같았다. 그녀는 노래하다 눈물을 삼키며 잠시 멈췄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끝까지 부르고 싶었다. 세상 앞에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고 싶었다.

그 순간, 저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무대에서 흘린 눈물은 제 눈물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라는 가사는 그녀의 고백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위한 말 같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혼자라고 느끼는가. 얼마나 자주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라면서도 소리 내지 못하는가. 데미는 그걸 소리 내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이 제게 닿았다.

다시 일어선 목소리

무대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저도 집에서 손뼉을 쳤다. 그녀는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그날 이후 Anyone은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지지 않는 곡이 되었다. 힘들 때마다 그 노래를 틀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저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데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노래는 내가 얼마나 도움이 필요했는지 보여줘요. 이제는 그걸 부르며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 노래는 정말 나를 위로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때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녀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기적이었다. 음악이 그녀를 살렸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음악이 나를, 그리고 누군가를 살리고 있다.

당신에게 닿길

데미 로바토의 Anyone은 그냥 노래가 아니다. 그녀가 살기 위해 부른 목소리이고, 나 같은 사람에게 건네는 손길이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세상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녀가 그랬듯, 우리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도 끝난 게 아니다. 이 노래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저처럼 그녀의 목소리에 기대 잠시 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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