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가 되면 나는 작은 의식을 시작한다.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캐모마일 티백을 꺼내어 찻잔에 담는다. 그 순간부터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들기 전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이었지만, 어느새 이것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허브차의 향기가 피어오를 때,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 따뜻한 향기 속에서 하루 종일 쌓인 긴장이 스르르 풀어진다. 과학적으로도 허브차에 포함된 아피게닌이라는 성분이 뇌의 벤조디아제핀 수용체에 결합하여 자연스러운 진정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의 평온함이다.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고 앉아 있으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스마트폰도, 텔레비전도,
모든 소음들이 멀어져간다. 오직 허브차의 은은한 향기와 내 호흡 소리만이 남는다.
이때 나는 5분간의 명상을 시작한다. 차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부드러운 감촉, 몸
안으로 스며드는 온기까지 모든 것이 명상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저녁 시간이 반복되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평소 잠들기까지 한 시간 이상 걸렸던 내가 차를 마신 후에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고, 하루 종일 마음이 차분하다. 허브차 명상 루틴이 내 삶의 리듬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어떤 날은 라벤더 차로, 어떤 날은 페퍼민트 차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시간 동안 느끼는 깊은 평온함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허브차 명상 루틴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차 한 잔의 작은 여유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 그것이 바로 내가 매일 저녁 7시를 기다리는 이유이다.